식품 맞춤 영양 트렌드, 반려동물 사료에도 적용될까?
By 최보연 수의사
· 12분 읽기

사람의 정밀영양 연구는 같은 음식에도 개인마다 반응이 크게 다르다는 사실을 보여 주었고, 개와 고양이의 유지에너지요구량 메타분석에서도 처치군 평균 간 약 8.1배, 약 3배의 차이가 확인됩니다. 표준 공식을 출발점으로 삼아 측정과 조정을 반복하는 급여, 그리고 데이터와 일상을 연결하는 피드백 구조가 반려동물 맞춤영양의 과제라고 제안합니다.
"같은 음식, 다른 반응" 사람은 개인화된 맞춤 영양과 정밀 영양이 화두가 된 지 매우 오래 되었습니다. 그것을 뒷받침하기 위해, 식품산업은 같은 음식이라고 할지라도 개인별로 다른 반응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개인별 데이터를 과학적으로 수집하고 해석하기 시작했습니다. 반려동물 영양도 '획일화된 기준만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기준을 출발점으로 삼고 반려동물별 개별화된 영양에 대한 고민을 좀더 적극적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요?
식품의 맞춤 영양은 어디까지 와 있을까
약 6~8 몇 년 전부터 인체의 식품 분야에서는 개인맞춤영양 또는 정밀영양이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건강수명을 늘리려면 질병의 치료만으로는 부족하니까, 일상에서 가장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요인인 식생활을 더 정교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인식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연속혈당측정기와 웨어러블 센서, 식사 기록 앱, 유전체·대사체·마이크로바이옴 분석, 인공지능 기반 예측 모델은 식사와 생체반응을 연결하는 새로운 푸드테크의 기반이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기술의 등장이 곧바로 '나만을 위한 완벽한 식단'의 완성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현재의 정밀영양은 진단과 치료를 대체하는 확정적 처방이라기보다, 여러 데이터를 결합해 더 나은 선택의 가능성을 높이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혈액 속의 혈당을 실시간으로 측정해서 디바이스와 연결해주는 부착형 웨어러블 기기와 일상에서의 식사를 연결해주는 연속혈당측정기가 가장 대중화되고 성공적인 사례라고 하겠습니다. 그러나, 그 밖에 아직 대중화된 맞춤영양기술은 많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측정값의 정확도와 재현성, 장기간의 임상적 유효성, 비용과 접근성, 개인정보 보호 같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맞춤영양을 이해하려면 먼저 가장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같은 음식을 먹었을 때 실제로 사람마다 반응이 얼마나 다른가 하는 질문입니다.
같은 음식이 같은 반응을 만들지는 않는다
2015년 Cell에 발표된 연구는 800명의 참가자에게서 약 4만 7천 회의 식후 혈당 반응을 수집했습니다. 같은 음식이라도 사람마다 식후 혈당 반응이 크게 달랐고, 식사 내용뿐 아니라 혈액 검사, 장내미생물 정보, 생활습관, 신체지표를 통합한 알고리즘이 개인의 반응을 예측하는 데 활용될 수 있음을 보였다. 이어 2020년 Nature Medicine의 PREDICT 1 연구는 한 발짝 더 나아가 식사를 표준화한 연구를 실시합니다. 1,002명의 표준화 식사 반응을 분석해 식후 중성지방, 혈당, 인슐린 반응에 상당한 개인차가 있음을 확인했다. 유전적으로 가까운 일란성 쌍둥이 사이에서도 반응이 달라, 유전 정보만으로 개인의 식사 반응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1,2]
이 연구들이 보여준 것은 특정 검사 하나가 정답을 알려준다는 사실이 아닙니다. 이는 일상에서의 훨씬 다양한 변수가 존재함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무엇을 얼마나 먹었는지 기록하고, 센서나 검사로 반응을 측정하며, 여러 변수 속에서 반복되는 패턴을 찾을 때 비로소 개인차를 설명할 실마리가 생긴다는 것입니다. 푸드테크의 역할도 바로 이처럼 흩어진 정보를 하나의 피드백 고리로 묶는 데 있습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정밀영양 연구에서 식이, 유전, 미생물군, 대사, 행동, 사회·환경 요인을 함께 다루고 인공지능과 웨어러블 기술을 활용하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3,4]
다만 '데이터가 많다'는 사실과 '그 데이터로 임상적으로 유익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사실은 같지 않다는 점을 유의해야합니다. 정밀영양의 성패는 측정 기술 자체보다 검증된 해석과 반복적인 추적 관찰에 달려 있고, 아직 패턴을 찾지 못한 지표가 더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접근을 반려동물에게도 적용할 수 있을까요? 같은 음식, 다른 반응을 논함에 있어, 가장 단순하고 확실한 지표인 하루 필요 열량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반려동물의 하루 필요 열량부터 이미 다르다. 중성화 여부, 활동량 그 이상으로.
반려동물 영양에서 개인차를 가장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지표는 하루 필요 열량입니다. 여기서 먼저 구분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사료 포장지에서 흔히 사용하는 Modified Atwater 계수, 즉 단백질 1 g당 3.5 kcal, 지방 1 g당 8.5 kcal, 탄수화물 1 g당 3.5 kcal를 적용하는 공식은 '그 사료가 제공하는 대사에너지(ME)'를 추정하는 계산된 방법입니다. 추정이기에 여기에는 몇 가지 가정이 들어갑니다. 따라서 이 값에는 일반적인 펫푸드 원료의 구성과 평균적인 소화·흡수율을 전제로 한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소비자의 요구에 따라 펫푸드 원료는 과거의 가공 부산물 중심에서 원물 기반의 원료와 소화이용성이 높은 원료로 다양화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사료의 대사에너지(ME)는 여전히 과거의 원료 구성과 평균적인 소화율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추정식을 널리 사용하고 있습니다. 변화한 원료 특성을 반영한 사료의 대사에너지 계산식을 다시 한번 검토하고 연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반면, 동물이 하루에 필요로 하는 에너지는 체중을 바탕으로 계산한 휴식에너지요구량(RER)에 성장, 중성화, 활동, 환경, 질병 등의 영향을 반영해 추정합니다. 하지만, 과연 이러한 제한된 요소들이 개체차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을까요? 여기 개와 고양이의 유지에너지요구량의 다양성과 관련된 메타분석 논문이 있습니다.
개 성견의 유지에너지요구량을 분석한 메타분석은 29편의 논문, 70개 처치군을 종합했습니다. 평균은 142.8 ± 55.3 kcal/kg BW⁰·⁷⁵/day였지만, 처치군 평균의 범위는 54.5에서 441.1 kcal/kg BW⁰·⁷⁵/day까지로 약 8.1배 차이가 났다. 경주견, 작업견과 사냥견의 요구량은 높았고, 반려견과 켄넬 사육견은 상대적으로 낮았습니다. 중성화된 개는 중성화하지 않은 개보다 요구량이 낮았으며 활동 수준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었다습니다. 연구진은 체중만으로 요구량을 추정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고 결론지었습니다.[5]

고양이 메타분석에서도 사정은 비슷했습니다. 115개 처치군의 평균 유지에너지요구량은 55.1 ± 1.2 kcal/kg BW/day였고, 개별 처치군 평균은 29.0에서 85.5 kcal/kg BW/day로 약 3배 범위에 분포했습니다. 체중군에 따라 적합한 예측식이 달랐고, 연령, 성별, 중성화 여부, 체중과 체성분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가 있어야 해석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고 제안했습니다.[6]

물론 이 수치는 같은 반려동물의 필요 열량이 하루 사이에 8배 또는 3배씩 바뀐다는 뜻은 아닙니다. 서로 다른 연구의 품종, 생활환경, 활동량, 중성화 여부와 측정법이 섞인 '처치군 평균값의 범위'입니다. 그럼에도 중요한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표준 공식이 제시하는 값은 모든 개체에게 적용되는 절대적인 기준이 아닌, 관찰과 조정을 시작하기 위한 추정치라는 것입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보호자들은 이 부분을 인식하고, 사료 급여량을 정할 때 참조할 필요가 있습니다. 즉, 반려동물의 체중, 중성화 여부, 활동량에 따른 권장 급여량으로 급여하되, 모니터링을 통해 개별화된 미세조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부분입니다.
반려동물의 실제 생활 속에서 완성하는 맞춤 영양을
AAFCO(미국사료관리자협회)나 FEDIAF(유럽사료연합)의 영양 기준은 완전사료가 기본적인 영양 안전성을 갖추도록 하는 공통 지침입니다. 집단 수준에서 결핍과 과잉의 위험을 줄이고 제품을 설계·평가하는 데 반드시 필요합니다. 여기서 집단수준이라는 점에 주목했으면 합니다. 즉, 모든 개체에게 같은 급여량과 같은 식사 전략이 적합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영양소 기준은 최소한의 결핍을 막기 위해 주로 '무엇이 충분히 들어 있어야 하는가'를 말하고 있다면,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인 맞춤영양은 '이 반려동물에게 지금, 무엇을, 얼마나, 어떤 방식으로 먹일 것인가'를 묻습니다.
반려동물에서도 맞춤 영양을 논하기 위해서는 정밀함의 대상 먼저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0.1 g 단위로 사료를 재는 일은 분명 유용하지만, 계산의 출발점 자체가 해당 개체에게 맞지 않는다면 시작부터 잘 못된 셈입니다. 반대로 표준식을 안전한 출발점으로 삼고 체중 추세, 체형, 근육량, 식욕, 변 상태, 활동량과 임상검사 결과에 따라 급여 계획을 조정한다면, 기준과 개인화는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습니다. 맞춤영양은 기준과 반대편에 있는 개념이 아니라, 기준을 개체의 실제 생활 속에서 완성하는 과정인 셈입니다.
맞춤 영양은 반복적인 측정과 조정에서 시작된다
이렇게 보면 반려동물 맞춤영양의 첫 단계는 생각보다 소박합니다. 혈액 검사, 유전자 검사, 마이크로바이옴 분석은 유용한 데이터 수집 방식이라는 점에서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러나 일상에서 가장 손쉽게 실행 가능한 개인화는 '측정하고 조정하는 급여'라는 점을 간과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먼저 체중과 생애단계, 중성화 여부, 활동량, 질병과 복용약, 현재 섭취 식품 전체를 바탕으로 시작 급여량을 정합니다. 이후 같은 조건과 같은 저울로 체중을 기록하고 9점 체형점수와 근육상태점수를 함께 평가합니다. 간식, 영양제, 투약 보조식과 가족이 나눠 주는 음식까지 실제 섭취량에 포함한 뒤, 2~4주 간격의 추세를 보고 급여량을 소폭 조정할 수 있습니다. 질병이 있거나 체중 변화가 크다면 이 과정은 반드시 수의사와 함께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WSAVA가 영양평가를 한 번의 계산이 아니라 반복적인 진료 과정으로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7]
여기에 첨단 기술도 이 기본적인 순환을 대신하기보다 더 쉽고 촘촘하게 만드는 데 쓰일 수 있습니다. 스마트 급식기는 실제 섭취량과 시간대를 기록하고, 목걸이형 센서는 활동과 수면의 변화를 추적하며, 가정용 체중계와 앱은 장기 추세를 보여줄 수 있습니다. 전자의무기록과 검사 결과까지 연결된다면 만성질환의 단계나 약물 변화에 맞추어 급여 계획을 업데이트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생활 데이터가 수집되기 시작한다면, 더욱 정교한 알고리즘과 함께 믿을 만한 상관관계가 나타나기 시작할 것입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글의 출발점이었던 '같은 음식을 먹어도 왜 반응이 다른가'라는 질문으로 다시 우리를 데려갑니다. 건강한 개에게 서로 다른 식이를 순차 급여한 연구에서는 개별 개의 기저 미생물군이 식이 변화 후 반응의 크기와 방향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또 다른 연구에서도 식이섬유에 대한 장내미생물과 대사체 반응의 이질성이 관찰됐습니다. 반려동물의 장내생태계에서도 같은 식이에 대한 반응이 개체별로 서로 다를 수 있다는 뜻입니다. 다만 현재의 분변 미생물 검사만으로 건강한 개나 고양이의 최적 식단을 일상적으로 처방할 만큼 임상 기준과 재현성이 확립된 것은 아닙니다.[8,9] 하지만, 이러한 연구가 시작되었다는 것은 꽤 중요한 키를 쥐고 있는 셈입니다.
진정한 반려동물 맞춤영양을 위해서 현재 필요한 것은, 단순 제품보다 데이터와 일상을 연결하는 피드백 구조화
반려동물 맞춤영양의 개별화 가정에서 측정과 조정이 반복되어야 한다면, 단순히 펫푸드 제품의 선택지를 늘리는 데서 끝날 수 없습니다. 맞춤영양이 반려동물에게 진정한 개별화된 영양을 제공하려면, 품종과 나이 몇 가지를 입력받아 기존 제품을 추천하는 수준을 넘어야 합니다. 반려동물과 관련된 어떤 데이터를 왜 수집하는지, 그 데이터가 추천을 어떻게 바꾸는지, 추천 후 효과를 무엇으로 평가하는지, 예상과 다른 반응이 나타났을 때 누가 조정하는지가 하나의 구조로 연결돼야 합니다.
펫푸드 설계도 하나의 '최고 사료'를 만드는 방향에서 다양한 상태와 선호를 수용하는 방향으로 확장될 수 있습니다. 에너지 밀도와 제형, 기호성, 수분 함량, 단백질·지방·섬유의 구성, 1회 제공량과 포장 단위를 다양화하면 보호자와 전문가가 개체에 맞는 조합을 찾기 쉬워집니다. 특히 질환을 가진 동물에서는 영양소 수치만큼이나 실제 섭취 여부, 보호자의 실행 가능성, 기존 사료 및 보조제나 복약과의 양립성이 중요합니다. 사전에 정한 건강지표와 충분한 추적 기간을 갖춘 검증이 뒤따르는 시스템 구축도 필요합니다. 결국 반려동물을 위한 맞춤영양 서비스는 추천의 화려함보다, 추천 이후의 반응을 얼마나 책임 있게 확인하고 수정하는가로 평가받게 될 것입니다.
필자 소개
최보연수의사시그니처바이코리아(주) 부대표
진정한 영양은 사료와 음식을 통해 전달된다고 믿는, 수의사이자 사료영양학자입니다.
- 한국수의영양학회 학술이사
- 한국펫사료협회 기제위원장
- 농촌진흥청 영양표준 위원회 위원
- 반려동물 홈메이드 식이 영양 SCI 논문 발표 (JVS)
- 2025 농림부장관상 수상
참고문헌
- Zeevi D, et al. Personalized Nutrition by Prediction of Glycemic Responses. Cell. 2015;163:1079-1094. doi:10.1016/j.cell.2015.11.001 doi.org/10.1016/j.cell.2015.1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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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IH Office of Nutrition Research. Strategic Plan, Fiscal Years 2026-2030 dpcpsi.nih.gov/sites/g/files/mnhszr346/files/2025-05/ONR-Strategic-Plan-draft-508.pdf
- Lee BY, et al. Research gaps and opportunities in precision nutrition. Frontiers in Nutrition. 2022;9:1066133. doi:10.3389/fnut.2022.1066133 pmc.ncbi.nlm.nih.gov/articles/PMC97617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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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EDIAF. Nutritional Guidelines for Complete and Complementary Pet Food for Cats and Dogs. Version 2025 fediaf.org/self-regulation/nutrition.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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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연. (2026). 식품 맞춤 영양 트렌드, 반려동물 사료에도 적용될까?. SAVN Insights, 응용수의영양연구회. 2026.10.29. https://savn.co.kr/insights/industry/personalized-nutrition-pe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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