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이에 따른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의 변화

By 손꽃노을 수의사

· 8분 읽기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을 하나의 '기능적 장기'로 보는 관점에서, 식이가 제공하는 영양 기질이 미생물 구성과 대사 기능을 어떻게 바꾸는지 세 편의 연구(Pilla & Suchodolski 2021, Do 등 2021, Campbell 등 2026)로 살펴봅니다. 화식과 키블의 차이는 식이의 '형태'보다 '구성'의 관점에서 봐야 하며, 어느 한 식이가 보편적으로 우수하다고 결론짓기는 아직 이르다고 정리합니다.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의 새로운 시선: 하나의 '기능적 장기'

최근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시선이 많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단순히 장에 존재하는 미생물의 집합이 아니라 영양소의 소화와 발효, 단쇄지방산(SCFAs)과 담즙산 등 다양한 대사산물의 생성, 장 장벽과 면역계 조절에 관여하는 하나의 ‘기능적 장기’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특히 식이는 장내 미생물이 이용하는 기질을 지속적으로 공급한다는 점에서 마이크로바이옴의 구성과 기능을 결정하는 중요한 환경 요인이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무엇이 마이크로바이옴을 바꾸는가?: 식이가 제공하는 영양 기질

Pilla와 Suchodolski(2021)의 자료에서 보면, 상업사료, 생식, 식물성단백사료, 가수분해 사료에 따라 Faecalibacterium와 Fusobacterium의 풍부도가 달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Faecalibacterium는 주로 탄수화물 발효를 통해 부티르산을 생성하는 세균이며, Fusobacterium은 단백질·아미노산 대사와 관련된 부티르산 생성균입니다.

우리는 여기서 2가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첫번째로, 식이의 다량영양소 조성이 변화하면서 장내 미생물이 이용할 수 있는 기질 역시 변화하고, 이에 따라 특정 미생물의 증감이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식이섬유가 극히 낮고 단백질과 지방으로 대부분 구성된 생식사료가 다른 사료와 Faecalibacterium와 Fusobacterium의 풍부도의 경향이 다른 것을 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각자 다른 미생물이 유사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기능적 중복성(functional redundancy)이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대표적으로 장 건강에 중요한 butyrate는 식이섬유와 탄수화물의 발효뿐 아니라 일부 세균에 의해 단백질 및 아미노산으로부터도 생성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특정 균의 증감만으로 식이의 유익성을 판단하기보다는 식이에 의해 어떠한 미생물 대사 기능이 형성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더 유의미할 것입니다.

*Pilla & Suchodolski, 2021
*Pilla & Suchodolski, 2021

화식 vs 키블: 식이에 따라 달라지는 장내 미생물 생태

이러한 관점에서 일반적인 압출 건사료(kibble)와 화식등의 홈메이드 펫푸드로 불리는 신선식(fresh food)의 차이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압출 건사료는 제조공정상 제품의 팽화와 구조 유지를 위해 일정 수준 이상의 전분을 필요로 하며, 일반적으로 습식 또는 신선식보다 상대적으로 단백질 비율이 낮고 탄수화물 비율이 높은 특성이 있습니다. 반면 육류를 주원료로 하는 화식 및 최소가공식은 상대적으로 단백질과 수분 함량이 높고 탄수화물 함량이 낮은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두 식이 형태는 단순히 수분 함량과 가공 방법에서 차이가 나는 것이 아니라 장내 미생물에게 서로 다른 종류와 양의 대사 기질을 제공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다른 자료인 Do 등(2021)의 연구에서 건강한 성견 12마리를 대상으로 압출 건사료, fresh food 및 두 종류의 human-grade(HG) 식이를 비교했습니다. 많은 다른 연구에서도 익히 알려진 결과이지만, 압출 건사료는 다른 세 식이에 비해 소화흡수율(특히 조단백질 소화율)이 낮게 나타났습니다. 마이크로바이옴에 관한 결과를 살펴보면, 식이에 따라 변화하여 약 20개 세균 속의 상대적 풍부도에 차이가 나타났습니다. 반면 분변 pH와 주요 대사산물에서는 유의한 차이가 관찰되지 않았습니다. 이는 신선식 및 HG 식이가 압출 건사료와 비교하여 소화율과 장내 미생물 구성에 뚜렷한 차이를 만들 수 있지만, 미생물 구성의 변화가 반드시 단기간의 대사산물 변화로 직접 연결되는 것은 아님을 보여줍니다.

*Do et al., 2021
*Do et al., 2021

또 다른 연구를 살펴볼까요. Campbell 등(2026)은 건강한 반려견을 대상으로 mildly cooked minimally processed diet(MPD)와 extruded kibble diet(EKD)를 직접 비교했습니다. 무작위 교차시험으로 진행된 이 연구에서는 최종적으로 23마리의 개가 두 식이를 모두 섭취했고, 식이에 따른 미생물 군집의 변화가 관찰됐습니다. Alpha diversity 분석에서는 MPD 급여 시 EKD에 비해 observed ASV richness가 유의하게 높게 나타났습니다. 다만 Shannon index와 Inverse Simpson index에서는 MPD와 EKD 간 유의한 차이가 확인되지 않았으며, 식이 급여 순서에 따라 결과에도 차이가 나타났습니다.

*Campbell et al., 2026
*Campbell et al., 2026

두 식이에서 증가한 세균의 종류 역시 달랐습니다. 단백질 함량이 높고 탄수화물 함량이 낮은 MPD에서는 Fusobacterium과 Enterococcus faecium 등이 증가했습니다. 특히 Fusobacterium은 식이 단백질에서 유래한 아미노산 이용과 관련된 세균으로, 기존의 고단백 또는 최소가공식 연구에서도 증가하는 경향이 보고되어 왔습니다. 반대로 EKD에서는 Megamonas, Catenibacterium, Holdemanella 및 Prevotella_9 등이 증가하였으며, 이들은 기존 연구에서 탄수화물이 풍부한 식이 및 압출 건사료와 연관되어 보고된 세균군입니다. 따라서 동일한 개에서도 섭취하는 식이의 영양소 조성에 따라 장내에서 우세하게 이용되는 기질과 이에 적응하는 미생물군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Campbell 등의 연구에서는 이러한 차이가 마이크로바이옴에만 국한되지 않았습니다. MPD를 급여했을 때 EKD보다 식후 혈당 반응이 낮았고 분변 상태에도 차이가 관찰되었습니다. 그러나 두 식이는 가공 방식뿐 아니라 단백질, 탄수화물, 식이섬유 및 수분 함량에서도 차이가 있었으므로 이러한 결과를 단순히 ‘최소가공’이라는 하나의 요인으로 설명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또한 각 식이의 급여 기간이 2주에 불과하여 관찰된 미생물 및 생리적 변화가 장기적인 건강상의 이점으로 이어지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는다는 점이 아쉬운 부분입니다

화식은 더 건강한 마이크로바이옴 환경을 만들까?

이러한 연구 결과를 해석할 때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식이에 따라 특정 미생물의 풍부도나 다양성, Dysbiosis Index(DI) 등이 달라진다는 사실이 곧 특정 식이가 더 '건강한' 마이크로바이옴을 형성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실제 신선식 연구에서도 E. coli나 C. perfringens와 같은 일부 세균의 증가와 상대적으로 높은 DI가 관찰된 바 있으며, 반대로 다른 연구에서는 최소가공식에서 높은 미생물 다양성과 낮은 식후 혈당 반응이 확인되는 등 지표에 따라 서로 다른 결과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또한 미생물 구성의 변화가 반드시 대사 기능의 변화나 장기적인 임상적 건강상의 이점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현재 연구들은 급여 기간이 비교적 짧고, 가공 방식과 함께 단백질·탄수화물·식이섬유 등 영양소 조성까지 동시에 다른 경우가 많아 각각의 영향을 독립적으로 구분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건강한 마이크로바이옴을 위한 식이, 무엇을 고려해야 할까?

지금까지 살펴본 연구에서 공통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식이가 장내 미생물에게 공급하는 영양 기질을 변화시키고, 이에 따라 미생물의 구성과 대사 기능에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중요한 것은 화식이냐 키블이냐 하는 식이의 형태보다는 얼마나 영양학적으로 균형 잡히고, 양질의 영양소를 충분히 공급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는가 하는 점일 것입니다. 단백질의 함량과 소화율, 아미노산 조성뿐 아니라 탄수화물과 식이섬유의 종류 및 발효성, 나아가 비타민과 미네랄 등 미량영양소의 균형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아직 어떠한 영양소 조합이 개와 고양이에게 가장 이상적인 마이크로바이옴을 형성하는지는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연구들은 단순히 특정 기능성 원료를 첨가하거나 가공 방식을 바꾸는 것만으로 건강한 장내 환경을 보장할 수는 없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결국 건강한 마이크로바이옴을 위한 식이는 충분한 영양과 균형을 갖춘 식이를 바탕으로, 각각의 영양소가 장내에서 어떻게 이용되고 어떠한 대사적 결과를 만들어내는지까지 고려하여 설계되어야 할 것입니다.

필자 소개

손꽃노을수의사

참고문헌

  1. Pilla R, Suchodolski JS. The Gut Microbiome of Dogs and Cats, and the Influence of Diet. Vet Clin North Am Small Anim Pract. 2021;51(3):605-621 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0195561621000127?via%3Dihub
  2. Campbell L, et al. Diet-induced metabolic and faecal microbiome responses in pet dogs fed a minimally processed versus extruded kibble diet. Front Vet Sci. 2026;13:1734572 pmc.ncbi.nlm.nih.gov/articles/PMC13107655/
  3. Do S, et al. J Anim Sci. 2021;99(2):skab028 pmc.ncbi.nlm.nih.gov/articles/PMC8611730/

이 글 인용하기

손꽃노을. (2026). 식이에 따른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의 변화. SAVN Insights, 응용수의영양연구회. 2026.11.03. https://savn.co.kr/insights/nutrition/gut-microbiome-and-di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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