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체형과 건강수명
By 최보연 수의사
· 7분 읽기

38년을 산 고양이 크림 퍼프의 일화에서 출발해, 7,936마리의 기대수명 연구와 BCS·MCS와 생존의 연관성을 다룬 연구들을 살펴봅니다. 장수는 특정 음식보다 적정 체중과 근육의 유지, 질병의 조기 발견과 관리가 겹쳐 만든 결과이며, 가정에서 섭취량·체중·근육·질병 변화를 기록하고 관찰하는 방법을 정리합니다.
BCS(Body Condition Score)와 MCS(Muscle Condition Score)
세계에서 가장 오래 산 고양이, 크림 퍼프
기네스 세계기록이 인정한 역대 최고령 고양이는 미국 텍사스에서 살았던 크림 퍼프 Crème Puff입니다. 2005년에 생을 마감한 퍼프는 1967년에 태어난 고양이라고 합니다. 무려 38년의 나이까지 살아 있었다는 것인데요[1],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크림 퍼프의 보호자 제이크 페리 Jake Perry는 이전 최고령 기록 보유묘인 그랜파 렉스 앨런 Grandpa Rex Allen의 보호자이기도 했다는 점이죠. 서로 다른 두 고양이가 같은 보호자의 집에서 연이어 기록적인 장수를 한 것입니다.
보호자 제이크 페리는 그 비결을 스트레스 없는 자유로운 환경, 그리고 급여한 식단을 꼽았는데요, 크림 퍼프는 주로 건사료를 먹으면서 브로콜리, 달걀, 칠면조 등 여러 음식을 함께 섭취했다고 합니다. 이 일화를 특정 식품의 장수 효과로 해석할 수는 없지만, 먹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에는 다들 공감하실 것 같습니다.[1]
고양이를 오래 살게 한 것은 정말 먹는 것이었을까
아니면 체중, 유전, 중성화, 생활환경과 질병관리처럼 오랜 시간 누적된 여러 조건이 함께 작용한 결과였을까요? 한 마리의 일화가 아닌 대규모 연구를 통해, 고양이 장수의 단서를 찾아보고자 합니다.
근거 1. 고양이 7,936마리의 진료기록을 분석한 후향적 기대수명 연구
2024년 Journal of Feline Medicine and Surgery에 발표된 VetCompass 연구는 영국 1차 동물병원 진료자료에서 7,936마리의 사망 기록을 이용해 고양이 생명표를 작성했습니다.[2]
출생 시 기대수명은 평균 11.74년이었으며, 암컷은 12.51년, 수컷은 11.18년으로 약 1.3년의 차이가 있었습니다. 순종묘, 그리고 이상적인 체중에서 벗어난 고양이, 중성화하지 않은 고양이는 그렇지 않은 고양이 대비, 유의하게 더 짧은 수명과 연관을 보였습니다.[2]
이 연구는 '어떤 음식을 먹었는가'만으로 수명을 설명하지 않았고 좋은 사료 이상의 복합적 결과로 설명합니다. 유전적 배경, 성별과 생식 상태, 체중과 영양 상태, 생활환경, 그리고 질병의 발견과 관리가 서로 겹쳐 평생의 결과를 만든다는 뜻에 가까웠습니다. 같은 나이와 품종이라도 현재의 건강 상태와 관리 여건에 따라 남은 삶의 길이와 질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건강수명 관리는 하나의 '장수 비법'을 찾는 일이 아니라, 바꿀 수 있는 위험요인을 일찍 발견해 꾸준히 조정하는 과정인 셈입니다.
근거 2. 영양과 가장 가까운 단서 체중
영양과 가장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지표 중 하나는 체형점수 Body Condition Score, BCS입니다. 2,609마리의 고양이를 분석한 연구에서는 BCS와 생존기간 사이의 연관성이 확인되었습니다.[3]
이 연구는 진료기간 중 기록된 가장 높은 BCS인 '최대 BCS'를 기준으로 생존과의 연관성을 분석했습니다. 최대 BCS 6/9군을 비교 기준으로 했을 때, 최대 BCS 9/9군의 사망위험도(Harzard Risk)는 1.80배 높았습니다. 다만 이는 사망확률이 1.8배라는 뜻이나 BCS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의미하지 않으며, 관찰연구에서 확인된 통계적 연관성입니다.[3]
비만도 주의해야 하지만, 노령묘의 체중 감소는 섭취 부족이나 만성질환, 소화흡수 저하, 근육 소실의 신호일 수 있기에 이 또한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건강수명에서 중요한 것은 특정 시점의 '정상 체중'보다 적정한 체성분을 얼마나 오래 안정적으로 유지하느냐에 가깝다고 하겠습니다. 따라서, 가정에서는 같은 체중계로 정기적으로 측정하고, 갈비뼈 촉진과 허리선, 복부 윤곽을 함께 살피는 것이 필요합니다.
근거 3. BCS 못지 않게 중요한MCS
체중이 유지된다고 해서 몸의 구성이 그대로인 것은 아닙니다. 지방이 늘고 근육이 줄면 체중계 숫자는 비슷해도 기능과 회복력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노령묘에서는 BCS와 함께 근육상태점수 MCS(Muscle Condition Score)를 확인해야 합니다.
209마리의 고양이 노화를 최대 7년간 장기간 추적한 전향적 연구에서, 대부분의 고양이에서 노화 과정 중 한 가지 이상의 건강이상이 나타났고, 84%에서는 두 가지 이상의 질환 또는 이상이 함께 관찰되었는데,[4]
특히, 연구 등록 당시 경도의 근육 손실이 확인된 고양이는 근육 손실이 없던 고양이보다 추적기간 중 사망위험도가 약 2배 높았습니다(HR 2.01, CI 1.13-3.60).[4] 다만, 근육 손실이 사망을 직접 유발했다거나 실제 사망확률이 2배였다는 의미는 아니며, 관찰연구에서 확인된 통계적 연관성입니다.
근육량의 변화를 관찰하는 방법-등뼈, 견갑골, 골반 주변 관찰로! 보호자는 등뼈, 견갑골, 골반 주변의 근육량 변화를 평소에 관찰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점프 높이가 낮아지거나 활동량이 줄고, 등선이 도드라지는 변화도 함께 살펴야 합니다.
근육 감소가 보이면 단순한 노화에 의해서 일수도 있지만, 잘 먹지 못하는 치과질환, 만성신장병, 갑상선기능항진증, 통증 등 섭취와 대사에 영향을 주는 원인이 있는지 의심해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필요한 에너지와 단백질 공급도 질환과 개체 상태에 맞춰 조정해야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결국 잘 먹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장수 고양이의 식단을 그대로 따라 한다고 장수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현재의 연구가 보여주는 방향은 그보다 현실적이었습니다.
실생활에서 기록 관찰해야할 4가지
- 섭취량: 평소 대비 얼마나 먹는지와 감소가 며칠 지속되는지
- 체중과 BCS: 월별 변화와 적정 체형 유지 여부
- 근육상태: 등뼈와 견갑골, 골반 주변의 근육 감소 여부
- 질병과 기능: 구강 통증, 구토, 배변, 음수, 활동성의 변화
이 기록이 쌓이면 사료의 종류나 급여량을 바꿀 때도 '좋아 보인다'는 인상 대신 실제 변화를 근거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영양 관리는 매일의 급여와 정기 검진을 연결하는 관찰의 기술입니다.
오래 사는 것에서 오래 건강하게 사는 것으로
크림 퍼프가 38년을 살 수 있었던 정확한 이유를 우리는 알 수 없습니다. 한 마리의 특이 사례일 수도 있으니까요. 반면 수천 마리의 고양이를 관찰한 연구는 몇 가지 공통된 단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적절한 체중, 근육의 유지, 중성화 여부, 유전적 배경, 그리고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고 관리하는 것입니다.[2-4]
특정 음식을 먹여서 오래 사는 것이 아닌, 매일 체중과 근육을 비롯한 변화에 관심을 기울이고, 고양이의 이상을 조기에 발견하고 관리하는 보호자의 사랑이 고양이 장수의 가장 큰 요소가 아닐까요?
필자 소개
최보연수의사시그니처바이코리아(주) 부대표
진정한 영양은 사료와 음식을 통해 전달된다고 믿는, 수의사이자 사료영양학자입니다.
- 한국수의영양학회 학술이사
- 한국펫사료협회 기제위원장
- 농촌진흥청 영양표준 위원회 위원
- 반려동물 홈메이드 식이 영양 SCI 논문 발표 (JVS)
- 2025 농림부장관상 수상
참고문헌
- Guinness World Records. Oldest cat ever: Creme Puff (accessed 15 September 2026) www.guinnessworldrecords.com/world-records/oldest-cat-ever
- Teng KT-Y, Brodbelt DC, Church DB, O'Neill DG. Life tables of annual life expectancy and risk factors for mortality in cats in the UK. J Feline Med Surg. 2024;26:1098612X241234556. doi:10.1177/1098612X241234556. PMID:38714312 doi.org/10.1177/1098612X241234556
- Teng KT, McGreevy PD, Toribio J-ALML, Raubenheimer D, Kendall K, Dhand NK. Strong associations of nine-point body condition scoring with survival and lifespan in cats. J Feline Med Surg. 2018;20:1110-1118. doi:10.1177/1098612X17752198. PMCID:PMC11104206 doi.org/10.1177/1098612X17752198
- Pye CR, Dowgray NJ, Eyre K, et al. Patterns of morbidity, multimorbidity, and mortality in aging cats: findings from seven years of the Cat Prospective Ageing and Welfare Study. Front Vet Sci. 2026;13:1813450. doi:10.3389/fvets.2026.1813450. PMCID:PMC13347123 doi.org/10.3389/fvets.2026.1813450
이 글 인용하기
최보연. (2026). 고양이 체형과 건강수명. SAVN Insights, 응용수의영양연구회. 2026.10.08. https://savn.co.kr/insights/nutrition/cat-body-condition-healthy-lifespan
- #고양이
- #체형점수(BCS)
- #근육상태점수(MCS)
- #건강수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