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전 관리에서 ‘무엇을 제한할 것인가’를 넘어, ‘무엇을 더할 것인가’로

By 손꽃노을 수의사

· 10분 읽기

초기 만성신장질환(CKD) 개에게 베타인과 수용성 식이섬유(scFOS, 귀리 β-glucan)를 첨가한 식이를 급여해 혈액과 분변의 대사체 변화를 분석한 Ephraim과 Jewell(2020)의 연구를 소개합니다. 요독성 용질 감소 등 대사체가 유리한 방향으로 움직였지만 복합 식이의 효과라는 한계가 있으며, CKD 식이의 목표를 '제한'에서 '적극적인 대사 조절'로 넓힐 가능성을 짚습니다.

반려견 만성신장질환에서 기능성 식이의 가능성

반려견의 만성신장질환(Chronic Kidney Disease, CKD)은 임상현장에서 매우 흔하게 접하는 질환이지만, 이미 손상된 신장 기능을 회복시키거나 질환의 진행을 확실하게 중단시킬 수 있는 치료수단은 제한적이라서, 수의사를 많이 괴롭히는 질환이기도 합니다. CKD는 질환의 단계와 증상에 따라 수액요법, 혈압 및 단백뇨 관리, 인 조절, 오심·구토 및 빈혈 관리 등 보존적 치료가 중심이 됩니다. 보호자들은 여기에 더해 ‘요독소를 줄인다’, ‘신장을 보호한다’는 다양한 영양제와 프로바이오틱스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사실 이러한 보조제가 실제 CKD의 장기적인 진행을 억제하는지에 대한 임상적 근거는 아직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으며, 개인적으로는 실질적인 효과를 체감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CKD에서 식이관리는 단순한 보조수단 이상의 의미를 가지기도 합니다. 수액이나 빈혈관리 등과 다르게 보호자가 집에서 직접 관리해줄 수 있는 항목이기도 하기 때문에, 식단에 보호자분들이 더 몰두하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신장 처방식은 인과 나트륨을 제한하고, 적절한 단백질과 에너지를 공급하며, 필수아미노산과 지방산 등의 영양구성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설계됩니다. 기존 연구에서도 적절한 renal diet의 조기 적용은 요독증 발생을 지연시키고 삶의 질과 생존기간을 개선할 가능성이 보고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임상에서는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합니다. CKD가 진행될수록 요독증, 오심, 위장관 증상 등으로 식욕이 저하되기 쉬운데, 정작 신장 처방식은 인과 단백질 등 여러 영양소를 제한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식에 비해 기호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가장 식이가 중요한 환자가 갈수록 먹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죠. 여기에 췌장염처럼 지방까지 제한해야 하는 동반질환이 추가된다면 수의사와 보호자가 선택할 수 있는 식이의 폭은 더욱더 좁아지게 됩니다.

따라서 앞으로의 신장질환 식이는 단순히 단백질과 인을 얼마나 낮출 것인가-만을 고민하는 데서 한 단계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바로 적절한 영양제한과 높은 기호성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신장질환에서 발생하는 대사 이상에 직접 개입할 수 있는 기능성 원료를 주식 자체에 포함시키는 조금 더 적극적인 접근입니다.

CKD를 '신장'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사'의 문제로 바라보기

Ephraim과 Jewell이 2020년 발표한 연구는 이러한 관점에서 매우 흥미롭습니다. 연구진은 초기 CKD견 28마리에게 기존 신장관리식인 대조식과 함께, 0.5% betaine과 수용성 식이섬유인 short-chain FOS(scFOS) 및 oat β-glucan을 첨가한 시험식을 각각 10주간 급여했습니다. 저수용성섬유 시험식에는 β-glucan 0.39%와 scFOS 0.27%, 고수용성섬유 시험식에는 각각 0.59%, 0.41%가 첨가되었습니다.

이 연구가 주목한 것은 단순히 creatinine이나 BUN의 변화만이 아니었습니다. 연구진은 혈액에서 700종 이상, 분변에서 800종 이상의 대사체를 분석하여 CKD가 개의 metabolome, 즉 체내에서 생성되고 순환하는 대사산물 전체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연구 시작 당시 CKD견에서는 건강견보다 creatinine과 urea뿐만 아니라 hippurate, TMAO, AGE, indole 계열 물질 등 다양한 요독성·미생물 유래 대사체가 증가해 있었습니다. 반대로 일부 MUFA와 PUFA는 감소해 있었구요. 이는 CKD를 단순히 ‘creatinine이 상승하는 질환’으로 볼 것이 아니라, 신장의 배설능력 저하와 장내미생물 대사가 맞물려 다양한 대사산물이 축적되는 전신적인 대사질환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흥미로운 변화는 기능성 원료를 포함한 시험식을 급여한 뒤 나타났습니다. 시험식을 급여한 CKD견에서는 대조식(기존 신장관리식)에 비해 4-methoxyphenol sulfate, eugenol sulfate, 3-methoxycatechol sulfate 등의 요독성 용질이 감소하였고, CKD견에서 증가되어 있던 2-methylbutyrylcarnitine도 고수용성 식이섬유 시험식에서 감소했습니다. Collagen degradation과 관련된 hydroxyproline과 섬유화의 biomarker로 연구되는 N-methylproline 역시 감소했구요. 반대로 항산화 관련 gamma/beta-tocopherol과 DHA·DPA 등의 PUFA는 증가했으며, 염증 관련 신호물질인 sphingosine-1-phosphate(S1P)는 감소하는 긍정적인 결과를 보여줍니다.

Ephraim E, Jewell DE. Metabolites. 2020;10(9):370.
Ephraim E, Jewell DE. Metabolites. 2020;10(9):370.

두 시험식 모두 대조식에 비해 혈청 creatinine도 유의하게 낮았지만, 연구 대상이 초기 CKD였기 때문에 모든 creatinine 값은 정상범위 안에 있었습니다. 따라서 이 연구를 식이가 신부전을 치료했다-고 해석해서는 안 될것입니다. 대신 신장질환에서 불리한 방향으로 변화하는 여러 대사산물을 식이 자체를 통해 보다 건강한 방향으로 이동시킬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데 의미가 둬야 할 것 같습니다.

베타인과 FOS는 무엇을 했을까?

Betaine은 세포의 수분 및 삼투압 균형을 유지하는 osmolyte로 작용하는 동시에, 체내 대사과정에 메틸기(-CH₃)를 제공하는 methyl donor로 작용합니다. 실제로 시험식 급여 후 혈중 betaine뿐 아니라 dimethylglycine(DMG), methionine 및 sarcosine 등이 증가하여 one-carbon metabolism이 활성화되는 것을 보면, betaine이 methyl donor로 이용되는 대사경로를 실제로 확인했다고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Ephraim E, Jewell DE. Metabolites. 2020;10(9):370.
Ephraim E, Jewell DE. Metabolites. 2020;10(9):370.

반면 scFOS와 β-glucan은 숙주가 직접 소화하는 영양소라기보다 장내미생물이 이용하는 발효성 기질이라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CKD에서는 장내미생물의 단백질·아미노산 대사를 통해 생성되는 여러 물질이 흡수된 뒤 간에서 대사되어 요독성 용질이 되고, 정상적으로는 신장을 통해 배설됩니다. 따라서 장내미생물에게 이용 가능한 탄수화물성 기질을 공급해 microbial metabolism을 변화시키는 것은 이러한 gut–kidney axis에 식이로 개입하는 전략이 될 수 있겠죠.

이러한 가능성은 사람의 연구에서도 확인이 가능합니다. 2026년 발표된 CKD 식이섬유 연구의 체계적 문헌고찰·메타분석에서는 사람 임상시험과 동물모델을 종합했을 때 식이섬유 중재가 대표적인 장내미생물 유래 요독성 물질인 indoxyl sulfate를 감소시키는 결과가 나타났으며, 특히 발효 가능한 식이섬유의 특성이 대사적 반응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제시되었습니다. 다만 임상연구 간 이질성이 있고 근거수준도 아직 제한적이므로, 역시 이를 CKD 진행 억제 효과와 동일시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Ephraim의 연구에서 하나 더 확인해야할 것이 있습니다. 시험식 급여 후 분변의 genistein sulfate, genistein, daidzein, glycitein 및 lignan 계열 대사체가 증가했지만, 장내미생물의 alpha diversity와 beta diversity 자체는 유의하게 달라지지 않았고 303개 OTU 가운데 식이에 따라 차이를 보인 것은 5개에 불과했습니다.

이는 중요한 시사점을 줍니다. 마이크로바이옴을 개선한다는 것이 반드시 '좋은 균을 늘리고 나쁜 균을 줄이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균총의 구성 자체가 크게 달라지지 않아도, 이들에게 공급되는 기질이 달라지면 미생물이 수행하는 대사와 그 결과 생성되는 물질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결국 CKD에서의 영양중재는 microbiome composition뿐 아니라 microbial function과 metabolome까지 함께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 연구에서는 betaine 단독군이나 FOS·β-glucan 단독군이 없었기 때문에 관찰된 효과를 특정 원료 하나에 귀속할 수 없습니다. 저자 역시 이를 betaine + scFOS + β-glucan 복합 식이의 효과로 결론 내렸구요. 흥미롭게도 betaine 함량은 두 시험식 모두 0.5%로 동일했음에도 수용성 식이섬유 함량이 높은 시험식에서 더 다양한 혈장 대사체가 건강한 방향으로 변화했다는 점은 발효성 식이섬유가 일정 부분 기여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봅니다.

앞으로의 신장 처방식은 달라질 수 있을까?

이러한 연구가 임상적으로 흥미로운 이유는 CKD 식이의 목표를 ‘제한(restriction)’에서 ‘적극적인 대사 조절(active metabolic modulation)’로 확장할 가능성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앞으로의 renal diet는 단백질·인·나트륨을 조절하고 충분한 열량을 공급하는 기본적인 영양설계를 전제로 하되, 발효성 식이섬유, betaine, omega-3 fatty acids, 항산화 영양소 등 신장질환에서 변화하는 대사경로에 개입할 수 있는 영양요소를 함께 설계하는 방향으로 발전시켜볼 수 있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특정 기능성 원료 하나를 ‘신장 영양제’처럼 단순히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식이 안에서 적절한 용량과 조합으로 설계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영양학적으로 완전하게 설계된 홈메이드 형태의 식이가 하나의 가능성이 될 수 있습니다. CKD가 진행된 환자에서는 아무리 영양학적으로 우수한 처방식이라도 먹지 않는다면 그 가치를 발휘할 수 없다는 것은 많은 수의사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특히 CKD와 췌장염처럼 여러 영양적 제한이 동시에 필요한 환자에서는 수분함량, 지방과 단백질 수준, 원료 선택, 기호성 그리고 기능성 원료까지 환자에 맞추어 조정할 수 있는 식이 유형의 필요성이 커집니다.

앞으로의 신장질환 영양관리의 다음 스텝은 단순히 단백질을 얼마나 낮출 것인가-가 아닐 수 있습니다. 신장이 처리해야 할 부담을 줄이면서, 장내미생물과 대사체를 어떻게 유리한 방향으로 조절하고, 동시에 환자가 끝까지 잘 먹을 수 있는 식이를 만들 것인가? 가 앞으로의 CKD 영양관리에서 더 중요한 질문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필자 소개

손꽃노을수의사

참고문헌

  1. Ephraim E, Jewell DE. Metabolites. 2020;10(9):370 pubmed.ncbi.nlm.nih.gov/32942543/
  2. Mirmohammadali SN, et al. Res Sq. [Preprint]. 2026. doi:10.21203/rs.3.rs-10462835/v1 pmc.ncbi.nlm.nih.gov/articles/PMC13484436/

이 글 인용하기

손꽃노을. (2026). 신부전 관리에서 ‘무엇을 제한할 것인가’를 넘어, ‘무엇을 더할 것인가’로. SAVN Insights, 응용수의영양연구회. 2026.10.15. https://savn.co.kr/insights/nutrition/ckd-betaine-soluble-fiber-diet

  • #만성신장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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